PEPDOG Series EP.10 버티세요 – 기술평가 종료와 반대매매
모두가 버티라고 했다. 각자의 이유로. 펩트론 기술평가 종료를 한 달 앞둔 구월, 반대매매 문자가 오기까지의 이야기.


















하락을 조정이라 부르는 법
구월. 평가 종료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발표는 아직이었다. -7.1%, 145,900원. 20만은 끝내 오지 않았다. 선풍기가 꺼진 방에서 백돈줄은 중얼거렸다. 괜찮아, 조정이야. 보리님도 조정이라 했고, 특허도 나왔고, 착공도 시작했고, 다들 추매하고 버티잖아. 그는 하락을 조정이라고 불렀다.
같은 아침 다른 방. 전업인턴의 휴대폰에는 미수금 5,340만 원을 내일까지 입금하지 않으면 반대매매한다는 문자가 와 있었다. 현금은 없었다. 엄마한테도 다 꿨고, 신용 한도도 다 썼다. 그의 시드는 일반 펩기견과 다른 게 아니었다. 그는 이긴 주식을 팔아 진 주식을 지켰다. 1차 매수분 +28%를 팔아 2차 매수분 -27%를 막았다. 그리고 판 날, 안 판다고 썼다. 추매했습니다. 저는 안 팝니다.
열세 번 걸고, 열세 번 지웠다
그때 펩기견영양탕조리사의 글이 올라왔다. 평가 종료까지 한 달, 발표 없음. 골드양 기억나시죠. 증자는 철회되고, 공장 짓는다고 돈 모으고, 감사의견 거절, 거래정지, 상장폐지. 그때도 다들 곧 나온다고 했습니다. 기한이 아니라는 말은, 기한이 지나도 할 말이 있다는 뜻입니다. 백돈줄의 손가락은 욕을 썼다. 머리는 다른 걸 묻고 있었다. 혹시, PEP도?
새벽 세 시, 그는 예약 매도를 열세 번 걸고 열세 번 지웠다. 내일 아침에 팔면 천만 원. 다시 모으려면 몇 년. 근데 안 팔면? 엄마에게서는 밥은 먹고 다니냐는 문자가, 카드사에서는 이번 달 결제 예정 312만 원 문자가 왔다. 지운 건 그의 손가락이었다. 지우게 한 건 보리였다. 흔들기입니다. 제가 책임집니다. 지금 파는 분은 원정대 자격 없습니다.
같은 새벽 반지하, 보리는 구독 해지 두 건을 보고 있었다. 이번 달 월세가 이 구독료인데. 원정대는 127명에서 125명이 됐다. 다들 버텨야 나도 버틴다. 보리는 형광 조끼를 입고 출근했다. 그의 잔고에는 PEP 0주. 그도 주식은 없었다.
구월 중순, 백돈줄은 물어보기로 했다. 나만 무서운 건가. 검은변의 답은 길었다. 우리 펩 안 그래요. 저는 평단 27만인데 한 주도 안 팔았어요. 신용이면 더 버티셔야죠, 지금 팔면 손해 확정이잖아요. 지금 파는 건 우리 펩 배신하는 거예요. 예약 주문이 취소됐다. 이번에 지우게 한 건 검은변이었다. 그날 밤 검은변은 -24%가 찍힌 화면을 보며 울었다. 하나라도 빠지면 우리 펩이 더 아프니까. 그가 지킨 건 백돈줄이 아니었다. 틀리지 않았다는 자기 자존심이었다.
좋아요 마흔일곱 개
구월 말, 세 번째는 진짜로 눌렀다. 138,200원, 매도 주문 접수. 엄마 미안, 천만 원 버린다. 그때 전업인턴의 글이 보였다. 지금 던지는 분들, 그날 상한가 보고 우실 겁니다. 상한가 한 방이면 본전, 두 방이면 수익. 주문 취소. 전업인턴은 핑계였다. 주문을 지운 건 탐욕이었다.
같은 날 전업인턴의 화면에는 주문가능금액 0원, 담보비율 126%, 추가 담보 필요가 떠 있었다. 추매는 무슨, 누가 던지면 나부터 죽어. 괜찮아, 아직 뒤에 줄은 있어. 돼지야, 너는 끝까지 버텨라. 내가 먼저 나갈 때까지. 글은 거짓말이었다. 기도는 진심이었다.
어제 들은 말을 오늘은 백돈줄이 하고 있었다. 평가 종료는 실패가 아닙니다, 기본 상식이에요. 공장을 두 배 넘게 키우는데 계약이 없다고요? 주식도 없는 분은 빠지세요. 좋아요 47개. 태어나서 처음 받아본 좋아요였다. 그 마흔일곱 개는 한 줄에 식었다. 니들 골드양 때 손실 본 사람들이지? 절대 아닌데요, 그런 주식 몰라요, 저는 바이오만 합니다. 부정은 1초면 충분했다. 작년 봄 거래정지로 팔고 싶어도 팔 수 없었던 그 종목을, 그날부터 그는 산 적이 없었다. 차단한 건 조리사가 아니었다. 그 기억이었다.
그가 버틴 만큼 숫자는 내려왔다. 담보비율 142%, 유지비율 140%. 끝까지 팔지 않은 그에게, 대신 팔아주겠다는 문자가 왔다. 월세, 자존심, 출구, 좋아요. 모두가 버티라고 했다. 그는 그것을 응원이라고 불렀다.
펩트론 기술평가 종료, 그때 실제로는
만화 속 “평가 종료”는 실제 일정과 맞물린다. 펩트론은 2024년 10월 7일 일라이 릴리와 스마트데포 플랫폼 기술평가 계약을 맺었고, 2025년 12월 정정공시로 최대 평가기간이 2026년 10월 7일까지 늘어났다. 그리고 2026년 10월 7일, 회사는 기술평가 기간이 종료됐다고 공지했다. 후속 상업화 계약은 발표되지 않았고, 주가는 애프터마켓에서 28% 넘게 빠졌다. (한국경제) 이튿날 정규장에서도 26%대 급락이 이어졌다. (글로벌이코노믹)
회사는 기술평가 종료가 사업화 협력 가능성의 종료를 뜻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후속 협력의 방식과 시점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기한이 지나도, 할 말은 있었다.
반대매매는 누가 누르나
신용이나 미수로 산 주식은 담보비율이 증권사가 정한 유지비율(보통 140% 안팎) 아래로 떨어지면 추가 담보를 넣어야 하고, 넣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대신 판다. 이것이 반대매매다. 반대매매 물량은 가격을 가리지 않고 나오기 때문에 하락을 더 깊게 만들고, 그 하락이 다시 다른 계좌의 반대매매를 부른다.
그래서 하락장에서 “버티세요”라는 말은 듣는 사람의 계좌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른 뜻이 된다. 현금으로 산 사람에게는 선택지지만, 신용으로 산 사람에게는 시한이 정해진 선택지다. 버티라고 말하는 사람이 어느 쪽에 서 있는지, 그 사람의 계좌에 실제로 주식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더 자세한 당시 상황과 차트는 펩탕사 네이버 블로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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