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유튜버를 향한 과분한 사랑: 방관자와 SCV, 그들은 무엇을 사랑할까
계좌가 녹아내린 날에도 주식 유튜버의 기분을 걱정하는 댓글이 달린다. 주식 유튜버와 그를 따르는 주주들의 관계를 스타크래프트의 다크템플러와 SCV에 빗대어 정리했다.
지난 글을 올리고 나서 한 주식 유튜버의 채널에 새 영상이 올라왔다. 욕댓글은 이미 지워진 상태였고, 남은 댓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
읽다 보니 스타크래프트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다크템플러와 SCV
테란이 디텍팅 없이 다크템플러를 만났을 때 쓰는 방법이 있다. 다크 칼 한 방에는 안 죽는 SCV를 다크 옆에 세워둔다. 다크는 안 보이니까 찍을 수가 없다. 그래서 시즈탱크로 SCV를 찍는다. 포탄 스플래시가 옆에 있는 다크한테 튄다.
다크는 잡힐 수도 있고 안 잡힐 수도 있다. SCV는 확실히 죽는다. 다크 칼은 한 번 버텼는데, 결국 SCV를 끝내는 건 아군 포탄이다.
이 장면에서 SCV한테 왜 거기 서 있냐고 물어봐야 소용없다. SCV는 모른다. 클릭됐으니까 서 있는 거다.
플레이어는 SCV의 목숨을 세지 않는다
SCV는 미네랄 50이다. 죽으면 커맨드센터에서 또 뽑으면 된다. 마린도 50이다. 플레이어가 세는 건 유닛이 몇 마리 죽었냐가 아니라 다크를 잡았냐다.
게임이 지면 GG 치고 나가면 끝이다. 계정은 그대로 남고, 다음 판 하면 된다. 참호 속에서 죽어나가는 건 마린들이고, 플레이어는 의자에 앉아 있다. 지난 글에서 콜오브듀티 켜놓고 전쟁을 해설한다고 했던 바로 그 의자다.
2002년 6월 29일, 연평도 앞바다에서 교전이 벌어졌고 장병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다음 날 김대중 은 일본으로 건너가 월드컵 결승전을 봤다. 관중석에서 보면 그날은 축제였고, 바다 위에서 보면 그날은 전쟁이었다.
지금 이 판도 똑같다. 플레이어와 관중석은 ‘머지않은 본계약’이라는 결승전만 기다린다. 그사이 바다 위에서 죽어나가는 건 마린들이다.
댓글판에 SCV들이 서 있었다
먼저 다크부터. 이 댓글판이 믿는 다크는 보이지 않는 공매도 세력이다. 공지 쓴 직원이 공매도랑 한패인지 조사해야 한다는 댓글에 공감이 55개, 공매도랑 한패인 느낌이라는 댓글에 45개가 붙었다. 안 보이는 적은 편하다. 증거가 필요 없으니까.
그리고 SCV들이 있다.
“오늘도 이 악물고 버텨보려고 하지만 피눈물이 멈추질 않네요.”
“너무 힘들어서 앉아있지도 못하겠네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 뿐. 근성으로 버팁니다.”
다크 칼은 한 번 맞았다. 그래도 자리를 지킨다. 그게 SCV가 받은 명령이니까.
그 와중에 “오늘은 영끌할 기회였는데 아쉽습니다”라는 댓글도 있었다. 체력 반 남은 SCV가 다크 쪽으로 한 발 더 들어가겠다는 얘기다.
주식 유튜버를 향한 사랑, 그들은 무엇을 사랑하는가
“이런 힘든 시기에도 영상 올려주시고, 그저 ○○님 감사드립니다.”
“○○님 설명 들으니 한결 마음이 놓이네요.”
“○○님 영상 없었다면 버티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또 댓글에 악플 올라와서 ○○님 맘상하실까봐 걱정됩니다.”
“○○님을 펩트론 IR 이사로 적극 추천합니다.”
계좌가 녹아내린 날, SCV가 플레이어의 기분을 걱정하고 있다.
SCV가 플레이어를 사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클릭당하면 할 일이 생긴다. 어디 서 있어야 할지 정해준다. 혼자 판단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명령을 받고 서 있는 동안은 손실이 확정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들이 사랑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여기 서 있어”라는 명령이다.사실 그래서 펩기견이라는 귀여운 애칭도 만들어줬다.
댓글 하나가 이걸 정확하게 보여준다. “어서 좋은날이 와서 ○○님과 저희도 펩에서 벗어나고 싶네요.” SCV는 플레이어도 같은 맵 위에 있다고 믿는다. 플레이어는 맵 위에 없다. 모니터 밖에 있다.
맵 위에서 “우리 미끼 아니냐”고 말한 SCV도 하나 있긴 했다. 이번 공지도 진짜 끝난 거처럼 받아들이면 다 이해되는데, 확증편향으로 보고 싶은 대로만 본다는 댓글이었다. 여기 붙은 공감은 1개였다. IR 이사로 추천한다는 댓글에는 14개가 붙었다.
이 SCV에게 자아는 있을까
게임 속 SCV는 자아가 없다. 클릭하면 가고, 세워두면 선다. 그래서 SCV가 죽어도 아무도 SCV를 탓하지 않는다. 자아 없는 SCV는 차라리 편하다 ㅎㅎ.
이 댓글판의 SCV들은 클릭당해서 서 있는 게 아니다. 자기 손으로 매수 버튼을 눌렀고, 지금도 자기 손으로 매도 버튼을 안 누르고 있다. 자아는 있다. 그래서 질문이 바뀐다. 자아가 있는데 왜 아직 다크 옆에 서 있을까.
답은 댓글에 있다.
“3년 투자자로서 제 자신이 후회. 원망스럽네요.”
“3년여를 버텼기에 이쯤이야 하고 지날 만한데도 짜증나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투자로 보낸 2~3년 시간들이 허망합니다.”
이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 건 펩트론 주식이 아니다. 펩트론을 샀던 과거의 자기 자신이다. 지금 나가면 3년 전의 내가 틀렸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건 -28%보다 아프다.
그래서 욕은 다른 데로 간다. IR을 욕하는 건 쉽다. 공매도를 욕하는 것도 쉽다. 과거의 나를 욕하는 건 어렵다. 공감 55개가 붙은 그 댓글은 IR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변호다.
여기서 방관자가 하는 일이 보인다. 시장이 공지를 오해했다, 기존 스탠스 변함없다. 이건 분석이 아니라 면죄부다. 너는 틀리지 않았다, 3년 전의 너도 틀리지 않았다. 그들이 사랑하는 건 결국 이 문장이다. 과거의 자신을 계속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문장.
면죄부의 근거, 아지랑이 세 개
그럼 그 면죄부의 근거는 뭘까. 영상에서 그 유튜버가 내놓은 건 세 가지다. 제2공장 증축 변경, 릴리 본사의 마이크로스피어 전문가 채용, SK팜테코의 API 대기. 회사가 본계약 확신 없이 공장을 늘릴 리 없고, 릴리가 전문가를 뽑은 건 계약 준비이고, SK팜테코가 대기 중인 건 본계약이 임박했다는 신호라는 거다.
스타크래프트에서 다크는 안 보여도 아지랑이는 보인다. 화면이 살짝 일렁이는 그 자리. 고수들은 그 아지랑이를 보고 탱크를 박는다. 문제는 이 플레이어가 보는 아지랑이가 다크인지 모니터 얼룩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다.
공장부터 보자. 공장 증축은 회사가 한 결정이다. 10월 7일 공지도 회사가 쓴 문장이다. 공장은 믿고 공지는 못 믿는다면, 그건 회사를 믿는 게 아니라 듣고 싶은 것만 믿는 거다. 그리고 공장 짓는 걸로 계약이 증명된다면, 금양은 지금쯤 기장에서 배터리를 찍어내고 있어야 한다. 현실의 금양 기장 공장은 공정률 80%대 후반에서 공사가 멈췄고, 공사비를 못 받은 시공사가 부지 강제경매를 신청했다. 지난 글에서 말했듯 공장은 계약서가 아니다.
릴리 채용도 마찬가지다. 릴리가 마이크로스피어 전문가를 뽑았다는 건 릴리가 마이크로스피어에 관심이 있다는 뜻이다. 그게 펩트론과 계약한다는 뜻이 되려면 연결고리가 하나 더 필요한데, 그 고리는 영상 어디에도 없다. 직접 하려고 뽑았을 수도 있고, 다른 회사 기술을 보려고 뽑았을 수도 있다. 기술평가를 하려고 해도 그 분야 사람은 필요하다.
SK팜테코는 더 간단하다. 근거로 나온 단어가 ‘대기’다. 대기는 계약이 아니다. 대기는 대기의 증거일 뿐이다.
세 개 다 정황이다. 서명은 하나도 없다. 이 판에서 유일하게 직접 증거라고 할 만한 건 계약 당사자가 직접 쓴 10월 7일 공지다. 그 공지를 그는 회사의 ‘똥볼’이라고 불렀고, 회사의 투자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회사가 직접 쓴 문장은 똥볼이고, 남이 낸 채용공고는 시그널이다. 직접 증거는 버리고 정황 증거 세 개를 주워 온 셈이다. 주식 한 주 없는 사람이 상장사의 투자 감수성을 채점하고 있다는 것도 웃기다 ㅎㅎ. 그럼 내 주식도 아닌 주가 방어를 위해 허위공시를 하고 월급쟁이인 IR보고 이사에 준하는 책임까지 지란말인가?
스타크래프트로 말하면 이렇다. 이 판에서 스캔은 공시다. 스캔 한 번 뿌리면 다크가 있는지 없는지 다 보인다. 10월 7일, 회사가 스캔을 뿌렸다. 계약은 없었다. 그러자 플레이어는 스캔이 잘못 뿌려졌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아지랑이를 가리키며 SCV들한테 거기 서 있으라고 한다.
영상은 확신에 흔들림이 없다는 말로 끝난다. 당연하다. 흔들릴 계좌가 없으니까.
기존 스탠스는 대체 무엇인가
그래서 나는 묻고 싶다. 그 기존 스탠스라는 게 대체 뭔가 ㅎㅎ. 스탠스는 포지션이 있어야 생긴다. 나는 숏이다. 그래서 내 스탠스는 하락이고, 틀리면 내 계좌가 녹는다. 주식 한 주 없는 사람의 스탠스는 스탠스가 아니라 관전평이다. 만약 그사이에 주식을 샀다면, 샀다고 까면 된다. 나는 숏이라고 깠다.
그리고 하나 더 묻고 싶다. 그 스탠스는 펩트론 계좌에 걸려 있나, 아니면 채널 구독자 수에 걸려 있나. 계약이 나와야 계좌가 불어나는 사람과, 계약을 기다리는 동안 구독자가 불어나는 사람은 같은 스탠스를 가질 수 없다. 앞사람은 계약이 필요하고, 뒷사람은 기다림이 필요하다. 머지않은 시기가 오래 머지않을수록 이득을 보는 쪽이 누군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그리고 다음 포격 좌표도 찍혔다. 늦어도 11월 말. 텔레그램에서 ‘머지않은 시기’였던 게 영상에서는 날짜를 달았다. 좌표가 찍히면 SCV들은 또 그 자리에 선다. 11월 말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도 대충 보인다. 그때는 또 새로운 아지랑이 세 개를 찾아올 거다.
손절도 선착순이다
그 와중에 “-35% 손절”, “불안해서 그냥 마이너스라도 손절입니다”라는 댓글도 있었다. 포탄 사거리 밖으로 걸어 나간 SCV들이다. 손절은 매도 버튼이 아니다. 과거의 나를 욕하는 버튼이다. 그 버튼을 누를 수 있는 SCV에게만 다음 판이 있다.
그리고 그 버튼도 선착순이다. 호가창에는 숫자만 보인다. 가격, 잔량, 체결량. 그런데 그 숫자 뒤에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는 팔고, 누군가는 산다. 내가 천 주를 팔려면 누군가 천 주를 사줘야 거래가 체결된다. 매도 버튼을 누른다고 팔리는 게 아니다. 받아줄 사람이 있어야 팔린다.
그리고 그 매도는 다음 호가를 낮춘다. 내 매도가 그 가격에 걸린 매수 잔량을 다 먹으면, 다음 사람은 한 호가 아래에서 팔아야 한다. 먼저 나간 사람이 좋은 가격의 매수자를 먼저 쓰고, 뒤에 선 사람은 그보다 싼 가격을 받는다. 그렇게 내려가다 하한가에 매도 잔량이 쌓이는 날에는 버튼을 눌러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쯤이야” 하고 한 박자 늦게 누른 손절은 줄 맨 뒤에서, 앞사람들이 깎아놓은 가격을 받는다. 버티라는 말이 진짜 무서운 이유가 이거다. 버티는 동안에도 줄은 계속 길어지고, 가격은 계속 내려간다.
하한가던 상한가던 세력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시장참여자 그 자체가 세력이고, 심리가 가격이다.
횡보는 망설임이요, 거래량은 확신이다.
마지막으로 말하지만 연휴전 10월 8일 단 1일의 통로는 패잔병들을 다태우기에는 비좁다. 압사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잔여 10월물 미결제약정 5,500개는 펩기견들을 살려주긴 빈약한 물량이다. 오늘은 잠깐의 몸풀기일뿐 ㅎ
반박은 오직 추매로만 받습니다.
과분한 사랑의 계산서
이 댓글판에서 분노는 IR이 받고, 사랑은 방관자가 받는다.
한 댓글은 이걸 한 문장에 다 담았다. “이런 암울한 날 자세하게 펩트론의 입장을 짚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사는 정말 말만 하면 하한가.” 공지를 쓴 회사는 욕을 먹고, 그 공지를 듣기 좋게 다시 읽어준 사람은 감사를 받는다.
공감이 가장 많은 댓글은 그동안 책임 없이 기대감만 키우는 말만 하더니 10월 7일이 다가오자 톤다운하고 결국 사고를 쳤다는 내용이었다.
정확한 문장이다. 과녁만 틀렸다.
플레이어는 SCV의 목숨에 신경 쓰지 않는다. 신경 쓸 이유가 없다. 미네랄 50이고, 또 뽑으면 되고, 지면 GG 치고 나가면 된다.
참호 속에서 죽어나가는 건 마린들이다.
사랑은 공짜다. 계산서는 SCV한테 온다.
유의사항: 이 글은 공개된 영상과 댓글을 바탕으로 한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필자는 펩트론 숏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더 자세한 당시 상황과 차트는 펩탕사 네이버 블로그에서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