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방 사기, 피해자 없는 사기는 존재하는가

판에 앉은 사람 중에 순수한 피해자는 생각보다 적다.
리딩방 사기를 당했다는 글은 매일 올라온다. 대부분 “사기당했다”로 끝난다. 운영자가 고점에 던졌고, 회원은 그 물량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사실관계로는 대체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질문 하나가 남는다. 그 회원은 무엇을 기대하고 들어갔는가. 나는 이 질문에 답하고 나면 속은 사람도 공범이라는 결론을 피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 글은 내 주관적인 생각을 적은 칼럼이다. 법적 판단과 시장의 판단이 어디서 갈리는지를 중심으로 쓴다.
1. 리딩방 사기의 무대는 학원이 아니라 하우스다
리딩방을 도박판의 하우스로 놓고 보면 구조가 단순해진다. 운영자는 판을 깔고 회비를 받는다. 회원은 판돈을 들고 앉는다. 하우스는 판이 돌아가는 한 손해 보지 않는다.
회원이 앉는 이유는 공부가 아니다. 남들보다 먼저 정보를 받아 먼저 사고, 나중에 들어오는 사람에게 더 비싸게 넘기겠다는 계산이다. 즉 회원의 수익 계획에는 처음부터 ‘내 뒤에 올 사람’이 들어가 있다.
이 계산이 성립하려면 누군가는 더 비싸게 사줘야 한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회원은 묻지 않는다. 묻지 않는 것 자체가 판에 동의했다는 뜻이다.
2. 운영자와 회원은 같은 일을 하고, 순서만 다르다
운영자는 추천 전에 사고, 추천하고, 회원이 들어올 때 판다. 회원은 추천 후에 사고, 뒤에 올 사람을 기다렸다가 판다. 두 사람의 차이는 줄 선 순서다. 다음 사람에게 넘긴다는 계획은 같다.
[표1] 하우스에 앉은 사람들의 자리
| 자리 | 매수 시점 | 넘길 상대 | 결과 |
|---|---|---|---|
| 운영자 | 추천 전 | 회원 | 회비 + 매매차익 |
| 초기 회원 | 추천 직후 | 늦게 온 회원 | 운에 따라 수익 |
| 늦게 온 회원 | 소문 확산 후 | 더 늦게 올 사람 | 고점 매수 |
| 마지막 회원 | 꼭지 | 없음 | “사기당했다” |
주) 필자의 관찰을 구조화한 것이며 실제 수익 분포 통계가 아니다.
이 표에서 고정된 자리는 운영자 하나뿐이다. 나머지 자리는 정해져 있지 않다. 초기 회원이 될지 마지막 회원이 될지는 언제 사고, 언제 손절하고, 언제 판에서 일어나느냐, 즉 본인의 행동에 달려 있다. 마지막 자리에 앉은 사람도 누가 앉힌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마지막 회원의 계획도 앞사람과 같았다. 넘겨받을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다. 이것을 사기라고 부를지, 폭탄 돌리기의 패배라고 부를지는 관점의 문제다. 나는 후자에 가깝다고 본다.
3. 종토방의 “더 사라”는 하우스보다 질이 나쁘다
하우스보다 더 나쁜 자리가 있다. 종목토론방에서 자신도 물려 손절하지 못한 채 남에게 추가 매수를 권하는 사람이다.
리딩방 운영자는 대놓고 영리활동을 한다. 회비를 받고, 이름을 걸고, 규제 대상이 된다. 나쁜 장사지만 장사는 장사다.
종토방의 권유는 회비도 간판도 없으니 순수한 조언일까. 나는 이것도 일종의 영리활동으로 보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본다. “더 사라”는 한마디의 목적은 결국 자기 물량을 팔 때 이익을 조금이라도 키우거나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다. 돈을 받느냐 안 받느냐의 차이일 뿐, 자기 자산을 불리려고 남의 돈을 끌어들이는 자산추구활동이라는 점은 같다.
차이는 하나다. 리딩방은 간판이라도 걸고 하지만, 종토방은 간판도 책임도 없이 한다. 매도가 끝나면 글도 사라진다.
[같은 장사를 사업자등록도 없이 하시는 셈이다 ㅎㅎ]

여기가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는 지점이다. 어제 고점에 물린 사람이 오늘은 다음 사람을 판에 앉힌다. 이 사람을 피해자로만 부르면, 그가 끌어들인 사람은 누구의 피해자인가.
[본인도 피해자라고 하시는데, 순번상 가해자 쪽이 먼저 오셨다 ㅎㅎ]
4. ‘주주들이 공들이는 종목’이 잘되기 어려운 이유
최근 한 주식 유튜버가 어떤 종목을 두고 “주주들이 공들이는 종목”이라고 했다. 칭찬으로 한 말이다. 나는 이 말이 그 종목의 약점을 가장 정확하게 요약한다고 본다.
주주가 공을 들인다는 것은 무엇인가. 실적이나 공시가 아니라 매수세로 주가를 받친다는 뜻이다. 받치는 이유는 하나다. 내 평단보다 높은 가격에 다음 사람에게 넘기기 위해서다.

이 글이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평단 20~30만 원에 몇 년을 기다린 주주는 회사가 주가 관리를 못했다고 탓한다. 그런데 주가는 회사가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적이 만드는 것이다. 주가 관리를 요구하는 순간, 그 주주가 원하는 것은 회사의 성장이 아니라 내 물량을 받아줄 다음 매수자다.
받쳐서 넘기려는 물량이 많은 주식은 위로 갈수록 매도 대기 물량이 쌓인다. 오를 때마다 “본전 오면 판다”는 사람이 줄을 서 있으니, 주가는 오른다기보다 버틴다. 나는 이것이 공들이는 종목이 잘되기 어려운 구조적인 이유라고 본다.
좋은 주식은 주주가 공을 들일 필요가 없다. 실적이 대신 들인다.
[주주가 공을 들여야 오르는 주식이면, 공을 그만 들이는 날 어디로 갈지는 다들 아실 거다 ㅎㅎ]
5. 법은 ‘속았는가’를 보고, 시장은 ‘왜 들어갔는가’를 본다
오해를 막기 위해 분명히 해둔다. 판을 깐 사람이 가장 나쁘다. 고점에 던지고, 입을 닦고, 선동하고, 항의하면 차단하는 운영자는 이 구조에서 가장 질이 나쁜 참여자다. 법도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
[표2] 리딩방 운영자에 대한 법적 판단
| 행위 | 근거 | 처벌·판단 |
|---|---|---|
| 미등록 업자의 양방향 유료 리딩방 |
개정 자본시장법 (2024.8.14 시행) |
미등록 투자자문업으로 보아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 |
| 수익 보장·손실 보전 | 개정 자본시장법 | 불건전 영업행위로 금지 |
| 보유 종목 추천 후 단기 매도(스캘핑) |
자본시장법 178조 (부정거래) |
대법원 2025도4748: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벌금 3억 원 확정 |
주) 2025도4748은 유사투자자문업자가 2021.6~2022.6 미리 보유한 종목을 방송에서 ‘매수’·’매도보류’로 추천하고 직후 약 84.7만 주(약 187억 원)를 팔아 약 58.9억 원의 이익을 얻은 사건이다. 1심 무죄, 2심 일부 유죄, 대법원은 2025.12.11 쌍방 상고를 기각했다.
형법의 사기죄는 기망, 그로 인한 착오, 착오에 따른 재산 처분이라는 연결 고리를 본다. 이 틀에서 회원은 피해자다. 운영자의 말을 믿고 샀기 때문이다. 나는 이 법적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법은 ‘속았는가’를 묻고, 시장은 ‘왜 들어갔는가’를 묻는다. 남보다 먼저 사서 남에게 넘기려고 앉은 사람은 시장의 기준에서 판의 참여자다. 법적 피해자와 시장의 공범은 한 사람 안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이 글이 말하려는 것은 그 두 번째 얼굴이다.
6. 그렇다고 모든 손실자를 공범으로 볼 수는 없다
이 논리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첫째, 가짜 거래 앱을 깔게 하고 송금을 받아 사라지는 투자사기형 리딩방은 다른 이야기다. 실제 주식 거래가 없으니 ‘다음 사람에게 넘긴다’는 계산도 성립하지 않는다. 그들은 판에 앉은 것이 아니라 돈을 도둑맞은 것이고, 온전한 피해자다.
둘째, 정보 비대칭이 극단적인 경우다. 투자 경험이 거의 없는 고령층이나 초보자가 ‘전문가’라는 간판만 보고 들어갔다면, 그에게 판의 구조를 이해하고 동의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속은 사람도 공범’이라는 말은 추천형 리딩방과 종토방에서, 남에게 넘길 계산을 하고 들어간 사람에게 한정된다. 나는 그 범위가 생각보다 넓다고 볼 뿐이다.
7. 필자 역시 이 판의 공범이다
남의 이야기만 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2026년 7월 나는 소부장 종목 숏 포지션을 집중적으로 잡았다. 그 시기 주가를 떠받친 매수세 덕분에 8월부터 숏에서 수익이 났다. 그들의 판돈 일부가 내 계좌로 왔다는 뜻이다.
수익이든 손실이든 그 결과는 내 판단과 내 포지션 관리의 몫이다. 판에 앉은 이상, 나 역시 공범이다.
8. 시장은 돈을 그릇대로 재분배한다
나는 투자를 돈이 각자의 그릇 크기에 맞게 재분배되는 과정으로 본다. 기대감을 파는 사람은 주기적으로 나타난다. 종목만 바뀐다. 그것은 그들의 직업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쪽은 오히려 그 직업적 기대감에 매번 다시 올라타는 사람이다.
손절하지 못하는 겁쟁이와 익절하지 못하는 욕심쟁이는 이 구조에서 오래 남지 못한다. 운영자의 사기 때문이 아니라, 판이 원래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론: 피해자 없는 사기는 존재한다
질문으로 돌아가자. 피해자가 없는데 사기가 있을 수 있는가. 사기는 있다. 판을 깐 사람은 사기꾼이고, 법은 그를 처벌한다.
그러나 다음 사람에게 넘길 계산으로 그 판에 앉은 사람, 그리고 종토방에서 다음 사람을 끌어들이는 사람을 순수한 피해자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그래서 나는 피해자 없는 사기가 존재한다고 본다. 판에 앉은 모두가 공범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법적 판단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로서의 내 판단이다. 매수 전에 확인할 질문은 하나면 충분하다.
“나는 이 주식을 누구에게, 얼마에 넘길 생각인가.”
답이 ‘나보다 늦게 올 사람’이라면, 그 판의 마지막 자리는 내 것일 수 있다.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의견이며 특정인·특정 리딩방·특정 종목을 지칭하지 않는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
출처
· 이투데이, “14일부터 오픈채팅방·SNS 영업 금지…” 대안 찾는 유사투자자문업계 (2024.8)
·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불법 리딩방 규제 자본시장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2024.1.26)
· 법무법인 세종 뉴스레터, ‘슈퍼개미’ 선행매매 사건 대법원 판결(2025도4748)의 시사점
같은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도 올려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