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게시판 1화 좌표 – 종목토론방 신고로 지워진 경고
이 게시판엔 욕이 없다. 광고도 없다. 경고도 없다. 신고 열 개로 깨끗해진 종목토론방에서, 회색 막대 아래 숨겨진 글 한 줄의 이야기.












배지가 말을 한다
이 게시판엔 욕이 없다. 광고도 없다. 대신 배지가 말을 한다. 보유 인증. 배지는 가졌는지만 묻는다. 얼마나 가졌는지는 묻지 않는다. 한 주든 만 주든. 공작새는 말했다. 말은 아무나 하죠. 무게는 아무나 못 싣습니다. 제 깃털을 보시죠. 배지는 누구에게나 하나였지만 깃털은 한 놈에게 모였다. 말의 무게는 깃털 개수로 정해졌다.
그날 밤, 배지 없는 놈이 하나 있었다. 조리사 모자를 쓴 늑대였다. 배지? 없어. 한 주도 안 샀거든. 난 선물로 반대편에 서 있는 놈이야. 겁주러 온 거 아니야. 겁날 일을 미리 알려주러 왔지. 그의 글은 한 줄이었다. 담보비율 140%까지 떨어지면, 이틀 뒤 아침 시가에 증권사가 대신 팝니다. 게시판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좌표는 찍혔고, 기준은 열 개였다
공작새는 글을 읽지 않았다. 배지 자리만 읽었다. 배지가 없으시네. 한 주도 없는 분이 우리 걱정을 해 주시네요. 반대편 분이 오셨네요. 판단은 각자 하시죠. 반박은 없었다. 링크만 하나 있었다. 오, 좌표 찍혔네. 메뉴 설명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신고하라고는 안 했습니다. 시킨 놈은 없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신호는 없었다. 그런데 동시에 일어났다. 신고 사유는 욕설도 광고도 아니었다. 그래서 허위 사실이 됐다. 글은 안 읽었다. 표적은 보였다. 허위 사실이라, 증권사 약관에 다 나와 있는 건데. 신고는 사실을 묻지 않았다. 기준은 열 개였다. 글이 맞는지는 기준에 없었다. 열 번째, 주문 마감. 글은 지워지지 않았다. 신고가 누적되어 숨겨진 글입니다. 회색으로 덮였을 뿐이다. 게시판이 깨끗해졌네요. 소음은 사라졌다. 경고도 같이 사라졌다.
어제는 치우는 날, 오늘은 담는 날
다음 날 아침, 밤사이 아무도 회색 막대를 열어보지 않았다. 어제는 치우는 날, 오늘은 담는 날. 청소가 끝났으니 장 볼 차례였다. 추매, 추매. 읽은 적이 없으니 잊을 것도 없었다. 같은 문장이 위로 쌓였고 회색 막대는 아래로 밀렸다. 아홉 시, -3.1%. 흔들기입니다. 이럴 때 담는 겁니다. 열 시 17분, -7.8%. 그들 눈엔 바닥이 물로 보였다. 하락은 할인이다. 털리는 놈은 털리고 줍는 놈은 줍는다. 줍는 물량은, 누군가 던진 물량이었다.
한 마리는 읽었다. 회색이 덮이기 전에. 배지를 잃고 계좌를 지켰다. 전량 매도 체결. 그 글 보고 팔았어요, 고맙습니다. 감사인사는 괜찮아. 바라고 한 일도 아닌데 뭐. 신고는 열 개였고 감사는 한 개였다. 그걸로 충분했다. 다음부턴 깃털 말고 공시를 봐. 늑대는 쫓겨난 게 아니었다. 메뉴 설명은 내 주방에서 하면 되니까.
15시 30분, +0.8%. 장은 빨갛게 닫혔다. 봤지, 흔들기라니까. 제가 뭐랬습니까. 깃털은 거짓말 안 합니다. 축배는 30분 갔다. 16시, 공시. 기술평가 종료, 후속 계약 없음. 올라가는 데 하루가 걸렸다. 내려가는 데는 몇 분이면 충분했다.
종목토론방 신고 문화가 위험한 이유
보유 인증이 있는 종목토론방에서는 종종 주식을 들고 있지 않은 사람의 글이 신고로 가려진다. 신고 기준은 대부분 욕설, 광고, 허위 사실 같은 형식이고, 글 내용이 맞는지는 판단하지 않는다. 그래서 담보비율이나 반대매매처럼 불편하지만 사실인 경고도 신고가 열 개만 쌓이면 회색 막대 아래로 사라진다.
게시판이 한목소리로 깨끗해질수록, 그 종목을 들고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는 줄어든다. 숨겨진 글을 한 번 열어보는 일은 1초면 된다. 그 1초가 계좌를 지키기도 한다.
기술평가 종료 공시, 그때 실제로는
실제로도 2026년 10월 7일 오후, 펩트론은 일라이 릴리와의 기술평가가 종료됐고 후속 상업화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다고 공지했다. 주가는 장 마감 뒤 애프터마켓에서 28% 넘게 빠졌다. (한국경제)
같은 세계관의 본편은 PEPDOG 시리즈 EP.1 박하사탕부터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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