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트론 기술평가 종료 이후: 파산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비주주의 책임 [討黃巢檄文]

펩트론 기술평가 종료 공지가 나온 뒤, 그 공지를 “지금 당장이 아니다”로 읽으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지의 문장, 공장과 계약서의 차이, 그리고 매일 계산되는 이자와 담보비율로 그 말의 무게를 따져본다.

원래 계획한 대로 웹툰이나 그리면서 오늘 마무리로 글 몇 개 쓰고 말려고 했다.

하지만 댓글 제보로 텔레그램에 들어가보니, 펩트론 주식 한 주 없는 사람이 아직도 사태를 호도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였다.

그래서 웹툰 작업을 멈추고 이 글을 작성한다.

시작 전에 하나 밝혀둔다. 나는 펩트론 숏 포지션을 들고 있다. 이 블로그를 본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이다. 내 글은 내 돈이 걸린 글이다. 틀리면 내가 잃는다. 제목에 들어간 ‘책임’이라는 단어는 여기서 출발한다.


펩트론 기술평가 종료, 회사는 뭐라고 했나

10월 7일 오후, 펩트론은 공지를 통해 릴리와의 스마트데포 기술평가가 이날로 끝났다고 알렸다.

후속 상업화 계약은 없었다. 회사는 그 결과를 함께 알리지 못한 것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썼다.

덧붙인 말은 세 가지다. 평가가 끝났다고 사업화 가능성까지 끝난 건 아니다.

후속 협력의 방식과 시점은 지금 공개하기 어렵다. 평가 과정에서 범위가 넓어졌고, 약정된 돈은 다 받았다.

그리고 지난달, 회사는 이미 10월 7일이 후속 계약의 법적 데드라인은 아니라고 미리 선을 그어뒀다.

시장의 답은 애프터마켓 -28%였다.


공지를 ‘이상하게’ 쓴 건 누구인가

같은 날 저녁, 구독자 7.7K의 텔레그램 채널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시장은 공지를 계약 불발로 읽지만 자기는 “지금 당장이 아니다”로 읽는다면서, 이렇게 못을 박았다.

  • 최종계약 진행중이고
  • 10.7 이후 머지않은 시기에 본계약이 나온다

공지를 다시 읽어보자. 회사 공지 어디에도 ‘최종계약 진행 중’이라는 말은 없다. 회사가 쓴 건 시점을 공개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사실 이게 핵심이다. 계약 당사자인 회사도 시점을 말 못 하는데, 주식 한 주 없는 제3자가 “머지않은 시기”라고 확정해서 말한다. 그 정보는 어디서 났는가.

비밀유지 조항 때문에 회사가 말을 못 하는 거라고? 그렇다면 ‘진행 중’이라는 사실도 비밀일 거다. 회사도 못 하는 말을 텔레그램은 어떻게 하나.

그리고 본계약 서명을 코앞에 둔 회사는 저런 사과 문장을 쓰지 않는다. 공지는 이상하게 쓴 게 아니다.

상장사가 쓸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문장으로 썼다. 이상한 건 그걸 읽는 쪽이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작년 11월 말, 원래 종료일을 일주일쯤 앞두고 회사는 홈페이지로 평가가 길어질 수 있다고 알렸고, 결국 거래소가 정정을 요구해 기간이 ‘최대 24개월’로 정정공시됐다. 그때 기다리라던 10개월이 오늘 끝났다.


그들은 왜 이따위 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가

코로나 이후 투자판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지면서, 안 하면 바보가 되는 듯한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 틈에 나도 모르게 들어온 뜨내기들이 쓰던 손절이니 존버니 떡상이니 하는 말이 일상어가 됐다.

그리고 그 흐름 끝에, 이런 채널 운영자들이 유사투자자문업까지 기웃거리는 세태가 왔다. 나는 이 현세태에 분노한다.

이런 부류의 특징은 ‘버티면 된다’는 마인드가 기저에 깔려 있다는 거다.

이해는 간다. 코스피건 나스닥이건 코스닥이건 아무거나 골라 사도 다 쳐오르던 시기에 입문했으니, 버티면 오른다는 게 경험칙이 된 거다.

문제는 그 경험칙 위에 레버리지를 얹었다는 거고, 레버리지의 무서움도 모르고 파산까지 간 사람이 이제 투자 강의를 하겠다는 거다.

시장한테 이미 한 번 져서 판에서 퇴장당한 사람이 왜 이렇게 말이 많은지, 나는 그게 의문이다.

버티기가 통하는 자산은 시간이 내 편인 자산이다. 이익이 쌓이고, 배당이 나오고, 기다리는 동안 가치가 자라는 자산 말이다.

바이오 이벤트는 그렇지 않다. 계약은 되거나 안 되거나다. 기다리는 동안 회사는 돈을 쓰고, 상대방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릴리는 그동안 다른 장기지속형 플랫폼 회사들과도 협력 범위를 넓혀왔다.

그리고 버티기는 버틸 수 있는 사람의 말이다. 여윳돈으로 산 사람에게 버티기는 선택이다. 신용과 미수와 대출로 들어간 사람에게 버티기는 반대매매 대기열이다. 이건 다른 누구도 아니고 이양이 본인이 몸으로 증명한 사실이다.

‘머지않은 시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자는 매달 나가고, 담보비율은 매일 계산된다.

그래서 파산은 운이 나빠서 오는 게 아니다. 버티라는 말을 믿는 순간 예약된다. 그걸 세상에서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지금 남들한테 버티라고 하고 있다.


공장은 계약서가 아니다

버티자는 쪽이 늘 꺼내는 카드가 공장이다. 회사가 수백억을 들여 공장을 짓는데 계약이 없겠냐는 거다.

펩트론 오송 2공장은 약 890억 원짜리고, 투자 종료 예정일은 2028년 2월이다.

그나마도 한 번 밀린 날짜다. 시장은 이 공장을 릴리와의 기술이전과 상업생산에 대비한 선제 투자로 읽어왔다.

그런데 오늘 계약은 없었다. 이제 이 공장은 계약의 증거가 아니라, 계약이 있어야 돈이 되는 비용이다.

공장을 제대로 짓는 회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탕정에 가보면 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 2단지 A7 공사를 2021년에 멈추고 5년을 그대로 뒀다. 갤럭시와 아이폰에 패널을 대는 회사가 그랬다.

올해 8월에야 투자심의위원회에서 골조 공사를 승인했고, 착공은 내년 2월, 준공은 2028년 상반기가 목표다. 다시 짓는 이유도 분명하다.

기존 라인에 새 설비를 더 들일 자리가 없을 만큼 수요가 찼기 때문이다. 삼성도 수요가 확인될 때까지 땅을 놀렸다.

반대로 공장부터 지은 회사가 어떻게 되는지는 부산 기장에 가보면 안다.

금양은 2023년 기장에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고, 목표는 2024년 12월 준공이었다.

시총은 10조 원 가까이 갔다. 준공은 미뤄지고 또 미뤄졌다.

공정률 80%대 후반에서 공사가 멈췄고, 시공사 동부건설은 공사비 362억 원을 못 받았다며 공장 부지 강제경매를 신청했다.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 올해 5월 상장폐지 결정. 회사는 가처분을 냈고 정리매매는 멈춰 섰다.

웃긴 건 금양은 사기여부와 무관하게 어쨌든 계약서라도 있었다는 거다. 미국 나노테크에너지와 맺은 2조 4천억 원 규모 공급계약. 공장이 안 지어지니 그 계약도 납품 시점만 밀렸다. 계약서가 있어도 공장이 회사를 잡아먹는다. 펩트론은 그 계약서조차 아직 없다.

그리고 금양의 24만 소액주주는 지금도 버티고 있다. 2025년 3월부터 거래가 정지돼서 팔고 싶어도 못 판다.

버티면 된다는 말의 끝이 어디인지, 금양 주주들이 17개월째 보여주고 있다.

오해는 없길 바란다. 펩트론이 금양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공장이 계약을 증명해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비주주의 책임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본인을 구속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비주주라는 신분이다.

그는 모의투자를 하면서 남들에게 투자를 설명한다.

옛날에 어떤 명사수가 자기는 와인잔의 목도 한 방에 맞출 수 있다고 자랑을 했다고 한다. 옆에 있던 노인이 물었다.

와인잔이 당신 목을 겨누고 있어도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명사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지금의 이양이처럼.

다른 이들이 처참한 참호전을 치르는 동안, 혼자 콜오브듀티 켜놓고 전쟁을 해설하고 있는 거다.

그 글에 달린 반응을 보자. 하트 221, 웃음 112, 따봉 104, 그리고 우는 얼굴 81.

울 이유가 있는 사람은 주식이 있는 사람이다. 글을 쓴 사람은 주식이 없다. 참호 속에 있는 건 우는 쪽이고, 해설자는 게임 중이다.

나는 틀리면 숏에서 돈을 잃는다.

이 블로그에 쓴 글은 날짜와 함께 박제되고, 틀리면 그대로 조롱거리가 된다. 내 말에는 무게가 붙어 있다.

비주주는 틀려도 잃을 게 없다. 맞으면 선지자가 되고, 틀리면 시장이 공지를 오해한 게 된다.

그리고 이미 시장에게 한 번 죽은 목숨이 시장이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도 웃기지 않은가?

“머지않은 시기”에는 날짜가 없다. 날짜 없는 예언은 틀릴 수가 없다.

심지어 연에 50억도 못파는 루프원 시즌2가 나오는 것도 곧 나올 계약에 해당한다.

이번 달에 안 나오면 다음 달, 올해 안 나오면 내년이다. 그사이 채널은 커지고 유료화 얘기가 나온다.

깨지는 건 참호 속에 있는 사람들뿐이다.


유의사항: 이 글은 공개된 공시와 기사, 공개 채널의 게시물을 바탕으로 한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필자는 펩트론 숏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더 자세한 당시 상황과 차트는 펩탕사 네이버 블로그에서 볼 수 있습니다.

Similar Posts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