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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버리의 경고: AI 버블은 닷컴 버블의 판박이다

AI 버블은 닷컴 버블의 판박이다

무모함이 세상을 바꾼다

미국이 세계 혁신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건 철저한 계획과 신중한 판단 덕분이 아니다. 오히려 무모한 도전과 창조적 파괴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기업은 혁신하다 죽고, 또 다른 기업이 그 자리를 메운다. 잘 정비된 파산법과 계약법은 이 무모한 도전을 보호하면서도, 실패의 대가는 철저히 치르게 만든다. 실리콘밸리의 젊은이들이 모든 걸 꼼꼼히 따지고 신중하게 움직였다면, 그 혁신의 광기는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모함은 반드시 선을 넘는다. 기업은 줄도산하고, 투자자는 돈을 영구적으로 날리며, 직원들은 거리로 나앉는다. 버리는 지금 우리가 그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본다.

이 칼럼은 그 분석의 첫 번째 파트다. 현재 AI 투자 붐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마지막으로 이 규모의 광기가 폭발했던 1990년대 닷컴 버블의 역사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우리가 닷컴 버블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들

제롬 파월도 틀렸다

2025년 10월,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은 이렇게 말했다.

“요즘 기업들은 실제로 비즈니스 모델도 있고 수익도 내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죠.”

현재 AI 붐이 닷컴 버블과 다르다는 주장의 가장 흔한 논거다. 버리는 단호하게 반박한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나스닥을 이끈 건 적자 닷컴 기업들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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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닷컴 버블 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비즈니스 모델도 없이 상장해 돈을 태운 인터넷 스타트업들, Pets.com의 양말 인형 마스코트, 수익은 없는데 주가는 하늘을 찌르던 닷컴 기업들의 집단 광기.

그런데 실제 역사는 전혀 다르다.

나스닥은 시가총액 가중 지수다. 가장 큰 기업들이 지수 성과의 대부분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1999년 나스닥 폭등을 실제로 주도한 건 이런 회사들이었다:

  • 퀄컴: 1999년 한 해 주가 +2,619%, 연말 시총 $560억
  • 오라클: +309%
  • 선 마이크로시스템즈: +244%, 시총 $1,350억 (순이익 약 $10억)
  • 램 리서치: +500% 이상
  • 시스코: +125%
  • 마이크로소프트: +68%
  •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198%
  • 암젠: +147%

수익도 내고, 규모도 크고, 누구나 인정하는 우량 대기업들이었다.

반면 닷컴 버블의 상징처럼 회자되는 VA Linux, Webvan, Ask Jeeves는 1999년 4분기에야 상장했다. Pets.com과 webMethods는 아예 2000년 1분기에 나왔다. 나스닥의 역사적 폭등과 폭락 과정에서 이들이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버리의 결론은 명확하다. 닷컴 버블을 “수익 없는 기업들의 거품”으로 기억하는 건 사실상 가짜 뉴스다. 심지어 구글 AI를 비롯한 LLM들도 이 역사를 반복적으로 틀리게 설명한다고 그는 꼬집는다.

버블의 진짜 정체 — 광케이블과 라우터의 과잉투자

“인터넷 트래픽은 100일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

닷컴 버블의 실제 엔진은 수익 없는 인터넷 기업들이 아니라, 데이터 전송 인프라에 대한 천문학적 과잉투자였다. “인터넷 트래픽은 100일마다 두 배씩 늘어난다”는 당시의 지배적 내러티브가 이 광기를 정당화했다.

자본시장은 이 믿음에 기꺼이 수조 달러를 베팅했다:

  • AT&T: 연간 $200억을 데이터 호스팅·장거리 인프라에 투입
  • MCI: $150억
  • 스프린트: 수백억 달러를 PCS 무선망에 쏟아부음 — 정작 스마트폰은 아직 발명도 안 됐을 때
  • 글로벌 크로싱: $200억 규모 해저 케이블 구축
  • 레벨 3: $200억
  • 윌리엄스: 가스 파이프라인 회사가 데이터 전송망까지 손댔다
  • CLECs(경쟁 지역 통신사들): 합산 $300억 이상

구조 자체가 자기강화적이었다. 광케이블이 늘어나면 라우터가 더 필요하고, 라우터가 늘어나면 광케이블이 또 필요했다. 수요는 무한히 늘어날 것처럼 보였다.

결과: 인프라의 5%만 실제로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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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가 인용하는 책 Capital Account (Edward Chancellor 편집)는 이 시기 Marathon Asset Management의 내부 기록을 담은 1차 사료다. 여기서 버리는 **자본 사이클 이론(Capital Cycle Theory)**이라는 프레임워크를 발견한다.

책에서 그가 하이라이트한 부분은 충격적이다. 2002년 기준, 버블 시기에 광적으로 깔린 데이터 인프라의 5% 미만만이 실제로 가동됐다. 경영진과 투자자들이 바로 눈앞의 미래를 얼마나 처참하게 오판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다.

자본 사이클 이론 — 주가 정점은 투자 붐의 한가운데 온다

버리는 1991년부터 2025년까지 S&P500 기업들의 순자본투자(설비투자 – 감가상각) ÷ 명목 GDP 비율을 시각화한 차트를 제시한다.

이 차트에서 발견되는 패턴은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주가 정점은 언제나 투자 붐의 한가운데서 나타난다. 2000년의 경우, 설비투자가 최고조에 달하기도 전에 이미 주가는 꺾였다.

메커니즘은 이렇다. 투자자들이 CEO들의 수조 원짜리 멀티이어 투자 계획에 열광하며 주가를 밀어올린다. 지출 1달러당 시가총액 2~3달러가 생겨난다. 주가 기반의 과도한 스톡옵션 보상 체계는 CEO들이 시장의 환호에 계속 응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시장은 그 계획이 완성되기 훨씬 전에 이미 정점을 찍고 내려오기 시작한다.

오늘날에는 스톡옵션 보상의 과도함이 25년 전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버리는 덧붙인다.

아무도 정점을 몰랐다

버리는 직접 목격한 2000년 3월 10일 나스닥 정점을 이렇게 회상한다.

“아무런 예고 없이 그냥 왔다.”

그 시점에도 시스코의 2000년 매출은 55% 성장하고 있었다. 부품 부족과 공급 제약은 수요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증거처럼 읽혔다. CEO들의 발언은 한결같이 낙관적이었다:

  • 시스코 CEO, 2000년 8월: “인터넷 비즈니스 혁명이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고 확신한다.”
  • 노텔, 2000년 10월: “강한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올해 성장률이 40% 초반에 달할 것으로 기대한다.”
  • 시스코 최고전략책임자, 2000년 11월: “시장에서 둔화 조짐을 전혀 보지 못했다. 가이던스대로 실행할 수 있다.”

그리고 2001년 말, 나스닥은 정점 대비 62% 하락했다. 시스코는 78% 폭락했다. 신호가 나타나면 팔겠다고 생각했던 투자자들은 치명적인 손실을 입었다.

지금의 AI 붐은 어디쯤인가

오늘날 AI 인프라 투자 붐의 핵심 플레이어들이다.

공개 기업 5대 주자 —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아마존, 오라클 — 은 향후 3년간 AI 인프라에 약 3조 달러를 쏟아붓겠다고 공언했다. 시장은 열광하고 있다.

OpenAI: 매출의 50배를 쓰겠다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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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 기업인 OpenAI는 향후 8년간 1조 4,000억 달러 지출을 약속했다. 현재 매출은 그 2%가 채 안 되고, 손실도 그 수준을 넘는다.

그런데도 기업가치는 5,000억 달러. 2000년 3월 시스코가 찍었던 시총과 정확히 같은 숫자다. 그리고 그 금액은 당시 모든 수익 없는 닷컴 기업과 통신사들의 시총을 합친 것보다 크다.

샘 알트먼의 발언도 눈길을 끈다. 기업공개(IPO)를 검토할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드문 경우 중 하나가, ‘OpenAI가 곧 망한다’는 말도 안 되는 글을 쓰는 사람들한테 공매도해보라고 말하고 싶을 때죠. 그리고 그들이 손실 보는 걸 지켜보고 싶어요.”

적자 스타트업 CEO가 아직 상장도 안 한 상태에서 미리 공매도 세력을 향해 독설을 날리는 장면. 버리는 한마디로 정리한다: “이걸로 다 설명된다.”

감가상각 수명을 늘리는 트릭

버리는 오늘날 대형 AI 투자자들이 칩과 서버의 감가상각 내용연수를 슬그머니 늘리는 방식으로 막대한 투자 지출의 재무적 충격을 희석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90년대 벤더 파이낸싱이 새로운 형태로 귀환한 셈이다. 이 회계 조작의 구체적인 내용은 파트 2에서 해부할 예정이다.

엔비디아 = 지금의 시스코

버리가 가장 강조하는 비유다. 90년대 인프라 붐의 한복판에 시스코가 있었듯, 오늘날 AI 인프라 투자 광풍의 중심에는 엔비디아가 있다.

2025년 11월, 젠슨 황 CEO는 이렇게 말했다:

“AI 버블 이야기를 많이들 하는데, 우리가 보는 건 전혀 다른 그림입니다. Nvidia는 다른 어떤 가속기와도 다릅니다. 우리는 사전학습, 사후학습, 추론 등 AI의 모든 단계에 탁월하고…”

버리는 이 발언 뒤에 아무런 코멘트를 달지 않는다. 굳이 달 필요가 없다.

결론: 풍선을 터뜨리는 사람

버리는 찰리 멍거의 말로 글을 닫는다.

“풍선을 너무 많이 터뜨리고 다니면, 그 방에서 가장 인기 없는 사람이 된다.”

그는 기꺼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역사의 패턴은 선명하고, 신호는 이미 곳곳에 나타나 있다. 다만 아무도 듣고 싶어 하지 않을 뿐이다.

파트 2에서는 오늘날 AI 빅테크들의 회계 처리 문제를 본격적으로 파고든다.